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온 반도체의 부진과 최대교역국인 중국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며 무역수지 적자 고착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무역적자는 지난해 4월부터 14개월째 이어졌고 수출도 7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올해 무역적자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의 절반을 넉달만에 넘어서는 등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496억2000만달러, 수입은 522억3000만달러로 무역수지 2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4월 누적 무역적자액만 252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 한 해(447억9000만달러) 무역적자액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4월 수출은 지난해 동월(578억달러) 보다 14.2% 감소했고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만에 550억달러대를 회복한 3월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물론 500억달러 선까지 무너지며 후퇴했다.
지난해 4월 반도체 호황 속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달성한 기저효과와 조업일수가 하루 줄어든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뼈아픈 성적표이다.
품목별 수출액을 살펴보면 자동차(61억6000만달러·40.3%↑)와 선박(16억2000만달러·59.2%↑), 일반기계(46억5000만달러·8.1%↑)를 제외한 주요 품목 전반의 수출이 감소하는 부진 추세가 뚜렷했다. 6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동월 대비 41.0% 급감한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화학 38억1000만달러(23.8%↓) △철강 30억달러(10.7%↓) △석유제품 37억6000만달러(27.3%↓) △디스플레이 12만3000만달러(29.3%↓) △차부품 19억1000만달러(1.6%↓) △바이오헬스 10억3000만달러(18.3%↓) △무선통신 10억3000만달러(34.3%↓) △컴퓨터 4억5000만달러(73.3%↓) △섬유 9억3000만달러(14.9%↓) △가전 6억8000만달러(10.2%↓) △이차전지 7억8000만달러(4.4%↓) 등 수출액이 줄었다.
자동차 품목의 경우 부품공급 정상화와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의 친환경차 수출 확대에 힘입어 10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실적을 지속하며 반도체 수출 급감으로 휘청거리는 한국 경제를 지탱했다.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는데 일조한 조선 품목도 기수주 물량의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는 하반기에도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반도체의 고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 유력한 상황 속 유가와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단가하락이 발생한 석유, 철강 등 주력산업 전반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주력산업 전반에서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무역적자 늪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 주력인 D램 가격이 올 1~3월 1.81달러에서 더 하락해 4월 1.45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5월 4.81달러를 기록한 낸드 고정가도 올 4월에는 3.82달러로 1달러 가까이 빠졌다.
반도체 업황의 단기간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삼성전자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감산을 발표하면서 공급축소 효과 등 영향으로 3분기 이후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 정도가 위안거리다.
국제유가 하락과 대규모 신증설에 따른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유화 품목의 수출단가는 지난해 4월 t당 1667달러에서 올 4월 1349달러까지 하락했다. 철강 역시 수출단가 하락과 중국, 미국, 아세안 등 주요 대상국 수출이 두자릿수(10.7%) 감소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갈수록 줄어드는 기술격차로 첨단산업 수출액은 줄어드는 반면 가격경쟁력이 열위에 있거나 핵심광물 등 자원 수입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란 점도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등의 기술개발 투자,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의 정책적 지원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