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금리 상승기에도 앞다퉈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 성수기`인 1분기에 거의 영업을 못했다는 게 이유인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등을 추진하는 차기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고 0.45%포인트(p) 내렸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지난 8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각각 최고 0.2%p, 0.3%p 인하했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4일 중신용 대출 금리를 0.5%p 내렸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0.3%p, 0.4%p씩 두 차례에 걸쳐 인하했다. 하나은행 역시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금리상승기에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건 흔한 광경은 아니다. 은행 대출 금리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값인데 준거금리는 대체로 시장금리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하한 이유를 적극적인 마케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올 1분기에 대출 영업을 거의 못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연초에 대출을 늘리고 연말로 갈수록 영업보다는 `관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7436억원(0.39%) 줄어든 703조1937억원으로 3개월 연속 줄었다.  올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전체의 52.5%까지 늘리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신보) 출연료를 우대해주는 `고정금리 행정지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은행들은 혼합형(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를 집중적으로 내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혼합형(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의 금리를 0.45%p 인하했는데 변동형(0.15%p) 대비 인하폭이 더 컸다. 신한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중 고정금리(금융채 2년물)를 선택한 고객에 대해서만 대출금리를 0.25%p 깎아줬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분을 대출 금리에 바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변동금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낫다"면서도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내려 고정금리 선택 유인을 늘린 것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 등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새 정부 눈치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은행권이 `폭리`를 취한다며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시행되기 전에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리상승기를 맞아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전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신규취급액 기준 1.86%p로 전달보다 0.06%p 커졌다.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도 2.27%p로 전달보다 0.03%p 확대됐다. 2019년 6월 2.28%p 이후 가장 컸다.  현 정부는 대출의 규모에 주목했지만 새 정부는 대출 금리 수준을 주로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도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적정 금리 수준을 맞추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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