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와 물고기가 한 수조에서 부비부비 살아간다. 백운산, 삼각플래티, 코리도라, 알지이터, 이름도 생소한 물고기와 거북이가 함께 동거 중이다.
코리도라와 거북이는 쫓고 쫓기며 곧잘 장난을 친다. 백운산이 작은 물고기와 거북이의 심사를 알짱거리며 건드려물맞댐은 원래의 수족관에 다른 물고기를 입양할 때 수조의 수온과 용액의 수소이온 농도 등을 서서히 맞춰 주면서 충분하게 환경에 적응하게 한 후 입수시키는 것을 말한다. 맞댐의 시간 없이 수족관에 바로 입수시키게 되면 낯선 환경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적응하지 못하고 쇼크사에 이르기도 한다.
얼마 전 사회복지사 실습을 위해 장애인 생활시설을 방문했다. 초겨울의 차가운 날씨 탓도 있었지만 무표정한 눈길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에 나도 모르게 몸이 얼어붙었다. 일 년 동안 배운 사회복지이론의 알량한 지식은 장애인시설의 현실과는 생판 달랐다.
울주군 신불산 중턱에 자폐와 정신장애로 70여명이 함께 생활하는 아하브마을이 있다. 뇌성마비와 행동발달장애로 대부분 이용자가 중증정신장애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가족이 없거나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아 시설에서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이었다.
현장실습 사흘째, 이용자들의 산책을 겸한 운동이 실습의 목표였다. 뇌성마비 장애우를 휠체어에 태우고 발달장애가 있는 여성은 팔짱을 끼고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용자는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했다. 그 후로 한두 시간씩 실습이 끝나는 열흘 동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과 서로 눈을 마주 보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정서를 공유했다. 실습 마지막 날 뇌성마비인 그녀는 잡고 있던 비틀린 손에 힘을 주며 눈을 맞추고 이름을 기억해 또박또박 불러줬다. 맞댐은 다른 사람을 마주 대해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조율의 과정일 것이다.
남편과는 지인의 소개로 2월에 만나 그해 4월에 결혼했다. 혼기가 찼다는 이유로 주위에 등 떠밀려 부부가 됐다. 몇 번의 만남도 없이 같은 배를 타고 항해를 시작했다. 서로를 알아갈 여유가 없어서일까. 사사건건 부딪쳤다. 맞벌이였던 나는 아침 일찍 움직이는 편이었다. 남편은 한밤중에 들어와 늦잠 자는 습관에 출근 시간 일이 분을 다투며 달음박질하기 일쑤였다. 남편이라는 선박은 코숭이에 파도가 거세게 덮쳐 하얗게 갈라져도 뱃머리를 돌릴 생각이 없었다. 흔들리는 배의 고물에서 나는 멀미로 힘들어하면서도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 30여년 동안 살아온 환경이 다른 데다 서로를 알아갈 만한 시간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는 며느리로서 시댁 식구들과 금방 편해지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처가살이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다가 조선 중기 이후 유학자들이 `유교 경전`에 결혼에 대해 `결혼할 때 신랑은 자기 집에서 신부를 맞이해야 한다`고 규정 지어 놓았다. 그로부터 남성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차츰 처가살이의 전통은 사라지고 시집살이의 전설이 시작됐다. `귀머거리 삼년이요 장님 삼년이요 벙어리 삼년이요 석삼년을 살고 보니 배꽃 같은 요 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됐네` 시집살이 노래 가사이다. 층층시하 완고한 시댁에서 시집살이를 견뎌내야 했던 새신부의 삶이 절절하게 녹아있는 가사이다.
결혼 초 시댁 어른들의 얼굴과 촌수를 익히느라 한동안 힘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생활방식이 달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혼 전 친정에서는 온 가족이 한 식탁에서 식사하고 부모님과도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시댁은 남자 밥상과 여자 밥상을 따로 차렸다. 시아버님은 식사 중에 대화를 못마땅해했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눈치를 살피느라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할 때가 많았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다 낯선 생활방식의 문화에 적응하기까지는 얼마간의 맞댐의 시간이 필요했다.
겨우내 베란다와 실내에서 자란 식물을 봄 햇살에 바로 내어놓으면 한나절 만에 화상을 입어 잎이 하얗게 된다. 하루에 몇 시간씩 직사광선이 아닌 반그늘에서 봄 햇살과 맞댐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밤기운과도 스스로 견딜 수 있을 만큼의 맞댐이 있어야 한다. 그 적응의 시간을 견디고서야 여름의 태양 아래 탐스러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 수 있다.
바위와 인공수초 사이로 가오리가 큰 귀를 펄럭이며 물속 모래바람을 일으킨다. 머리에 주먹만 한 혹을 단 캄파말라우가 날렵하게 움직인다. 전기를 일으키는 전기뱀장어, 몇 마리인지 셀 수 없는 작은 피라냐. 닮은 듯 닮지 않은 생물들은 물맞댐으로 맺어진 다문화 수중 가족이다. 서로 지느러미를 비비며 꼬리를 흔드는 그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다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