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물가가 앞으로도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출범을 한 달여 앞둔 새 정부가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민생·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둘 것을 지시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과 곧 간담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새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와 재정 정책을 적절히 조합하는 `폴리시 믹스(policy mix)`를 추구한다는 목표다.  윤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경제 분과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물가를 포함한 민생 안정 정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4.1%(전년동월대비)였다. 주로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여파였다.  이에 인수위는 전날 `정부 출범 즉시` 고물가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날은 물가를 포함한 민생 안정을 제1 목표로 삼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피력했다.  인수위가 저울질 중인 물가 대책에는 가장 먼저 유류세 인하가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오는 5~7월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추가 인하하는 등 각종 방안을 담아 `고유가 부담 완화 3종 세트`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려면 유류세를 법정 최대치인 37%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류세를 구성하는 교통세에는 현재 법정 기본세율(L당 475원)보다 소폭 높은 탄력세율(L당 529원)이 적용되고 있다. 이 탄력세율은 정부가 경기 상황이나 세수 여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세율이다.  그런데 탄력세율이 아닌 법정세율을 기준으로 30% 인하하면 탄력세율을 기준으로 30% 인하했을 때보다 더 큰 효과가 나타난다. 즉 정부가 법정세율을 기준으로 유류세를 30% 인하할 경우 탄력세율을 적용했던 기존보다 세금을 37%까지 낮출 수 있다.  공공요금 동결 또는 최소 인상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전은 이달 전기요금을 kWh당 6.9원 인상키로 했고 한국가스공사도 이달 주택용과 일반용 도시가스요금을 평균 1.8% 올리기로 했다. 물론 연료비 연동과 누적된 공사(公社) 적자 등을 생각하면 만만찮은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편성될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유가 보조 등 민생 직접 지원 사업을 포함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이는 국제유가가 지금처럼 급등했던 이명박 정부 때 추진했던 유가 환급금 제도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인수위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과 조만간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사실 통계청의 이번 물가 지표 발표 이전까지 인수위는 업무보고 등 한은과 관련한 일정을 특별히 잡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출범일이 가까워질수록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되는 상황을 인지하고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재정 정책 조율을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앞서 간담회를 열 경우 자칫 기준금리 결정에 개입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15일 이후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로써 새 정부는 유류세 등 조세 감면을 통한 가계 부담 완화와 추경에 있어서도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시하는 등 유동성 조절을 통해 한은의 통화 정책과 물가 안정 목표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 정부의 확대 재정과 금리 인상의 동시 진행은 악순환이 될 수 있어 경제정책과 재정정책의 균형적인 조율이 필요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