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과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핵심무기들을 대거 공개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무력시위에 강한 응징력을 과시하며 경고하는 동시에 이달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민 불안을 가라앉혀 야권발(發) `안보 무능론`에도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방부는 최근 `강한 국방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주제의 `특별 동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영상은 같은 날 오전 긴급 소집된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동참모의장 등 군 수뇌부가 시청한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방력을 튼튼히 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하는 영상엔 군이 △전략적 타격체계 및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구축을 목적으로 이미 실전배치했거나 추후 확보 예정인 첨단무기가 잇달아 등장한다.
특히 이 영상엔 충남 태안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진행된 L-SAM 시험발사 장면과 발사된 L-SAM이 가상의 미사일 요격에 성공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장면도 포함돼 군 안팎의 관심의 불러모았다. L-SAM은 고도 40~70㎞에서 날아오는 적의 탄도미사일 또는 항공기를 요격하는 무기체계로서 오는 2024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자들은 앞서 L-SAM 시험발사 일정 등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들은 바 없다"거나 "시험발사 일정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그 확인을 거부했었다.
군 관계자는 L-SAM 시험발사가 이뤄진 다음날인 지난달 24일엔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면서도 "무기체계 개발과정에서 최종 시험발사를 마쳤을 땐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경우가 있지만 중간과정에선 공개하는 일이 없었다"며 그 세부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랬던 군 당국의 기류가 바뀐 건 북한이 `정찰위성 기술 시험`이었다고 주장하는 지난달 27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발사 뒤부터다.
북한은 올 들어 1월 한 달 동안 탄도미사일 6차례·순항미사일 1차례 등 총 7차례 미사일 시험을 감행한 뒤 이달 초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과 함께 한동안 `도발 휴지기`에 들어갔다가 지난달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로부터 28일만인 지난달 27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MRBM 추정 발사체 1발을 쐈다. 북한의 MRBM 발사 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월) 23일ADD 안흥시험장에서 L-SAM과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의 비행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발사가 성공했다"며 그 시험발사 사실을 공식 확인했고 이튿날 영상 공개까지 이어진 것이다.
군 당국이 이 같은 무기들을 영상으로나마 동시에 공개한 건 기본적으로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읽힌다. 군 관계자는 "E-737 조기경보기,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등도 이번 영상에 나와 우리 군의 억제능력이 북한 미사일보다 더 강력하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북한에 경고하는 동시에 우리 국민들에게도 전할 내용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군 관계자도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최근 전력화된 무기를 공개하는 일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F-35A 전투기와 K9 자주포, K2 전차, AH-64 `아파치` 공격헬기, 230㎜급 다연장로켓 `천무` 등이 등장함을 들어 "우리에게 유사시 북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 사태를 계기로 여야 대통령후보들 간의 안보관 논쟁이 한창임을 감안할 때 이번 영상 공개엔 `우리 군은 야당의 비판과 달리 이미 북한을 압도할 만한 군사력을 갖췄다`고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북한이 이달 우리 대선 이후 4월로 예상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 그리고 제110주년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15일) 등을 계기로 일정 수준 이상의 무력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이날도 우리 군의 각종 무기개발과 관련해 "남조선 호전 세력이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불안정을 더 촉진시키는 무분별한 군사적 망동에 계속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우리 군의 `무력 과시`를 도발 명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