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다. 영어로 January  어느덧 나는 `1월`을 60번 넘게 맞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 나는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다. 왜 1월이 영어로 January인지에 대해서. 떡국은 그렇게 먹었으면서도.  지금 당장 탁상 달력의 1월을 보라. 1월에는 12월과 2월이 함께 표시된다. 1월은 지난해의 12월과 새해의 2월을 동시에 바라보도록 설계됐다. 지난해와 새해를 한꺼번에 바라보는 1월.  January의 어원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Janus)다. 두 얼굴을 가진 신(神) 야누스에서 나왔다. 라틴어로 야누스는 시작, 관문, 통로, 끝을 의미하는 신이다. 사람은 두 눈으로 앞과 양옆의 일부만을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도 시야 범위가 180도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야누스 신은 앞과 뒤를 동시에 본다. 시야 범위가 360도다. 1월의 `뒤`는 12월이고 `앞`은 2월이다. `뒤`는 과거고 `앞`은 미래다.  1월은 지명에도 등장한다. 브라질 제1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2016년 하계올림픽이 열렸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는 포르투갈어로 `1월의 강`이라는 뜻이다. 포르투갈은 어쩌다 본국보다 몇십 배 더 큰 브라질 땅을 식민지로 삼게 됐을까. 그리고 도시 이름을 `1월의 강`이라 했을까.  대항해시대의 선두 주자 스페인과 포르투갈. 두 가톨릭 국가의 탐험 경쟁이 자칫 무력 충돌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자 1493년 로마 교황 알렉산드르 6세는 타협 조정안을 제시한다.  `아프리카 서쪽 끝에서 1500㎞ 떨어진 지점에 (수직으로) 직선을 그어 서쪽에서 발견되는 모든 땅은 스페인령, 동쪽에서 발견되는 땅은 포르투갈령으로 한다`. 두 나라는 토르데시야스 조약에 서명했다.  포르투갈 탐험대는 1500년 브라질을 발견한다. 브라질의 해안선을 탐험하던 포르투갈 탐험대는 1520년 1월 1일 좁고 긴 협만(峽灣)을 발견해 정박한다. 탐험대는 이곳을 강의 하구인 줄 알았고 1월 첫날 발견했다고 해서 `1월의 강`이라고 불렀다. 강(rio)과 1월(janeiro)을 합친 말이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이렇게 태어났다.  2021년 1월에 업로드된 `세계인문여행` 68회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이었다. 인류문명의 위대한 발명품 중 최상위에 드는 게 바퀴라는 내용이었다. 이 연재 칼럼을 읽은 농심 윤성학 홍보부장이 뜻밖의 카톡 독후감을 보내왔다.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한 윤 부장은 자신도 바퀴를 소재로 시를 쓴 적이 있어 공감한다며 `바퀴 시`를 첨부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바퀴는 2위고 1위는 시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언젠가 `시간`에 대해 한번 써보겠노라며 이 메모를 수첩에 기록했다.  지구상의 영장류 중 인간만이 끝없이 이어져 흐르는 세월을 시간으로 나누고 쪼개 사용한다. 시간 개념을 갖게 되면서 인류 문명이 시작됐다. 거칠게 말하면 1년만 살아보면 시간은 비슷하게 흘러간다. 아침이 되면 해가 뜨고 저녁이 되면 해가 진다. 해가 뜨면 일어나 움직이고 해가 지면 잠을 잔다. 해가 조금 일찍 뜨느냐 늦게 뜨느냐 날이 춥냐 덥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북반구의 여름을 보자. 여름을 구획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만이 여름을 유월, 칠월, 팔월로 구분했다. 음력은 24절기로 더 잘게 나눠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라고 했다. 인간은 시간을 나누고 구분 지으면서 매듭을 짓고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의 좌표 위에서 축적을 거듭하며 축조된 것이 인류 문명이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란 영화가 있다. 태평양 무인도에 혼자 표류했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된 특송회사 페덱스 직원 척 놀랜드가 주인공이다. 영국 작가 다니엘 디포의 장편소설 `로빈슨 크루소`를 21세기에 맞게 각색한 이 영화는 인간의 조건과 관련해 몇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주인공이 윌슨 배구공에 `윌슨`으로 이름 붙이고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간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다. 주인공은 나무나 바위에 작대기를 그어 날짜와 월을 기록한다. 시간의 흐름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필사적이다. 마침내 무인도에서 1500일을 지냈다는 것을 바위에 기록한다.  12월31일과 1월1일이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인간은 12월31일과 1월1일 사이에 연도(年度)를 끼워 넣었다. 연도는 대나무의 마디와 같다.  January. 우리는 미래의 시간에 살 것인가, 과거의 시간에 살 것인가.